알고보니 처세왕! 네이버 인공지능 스피커

수많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나온 지 한참이 지났지만 기계와 서먹한 에디터는 이제야 귀요미 스피커를 만났다. KT의 기가지니,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등 여러 인공지능 스피커 가운데 눈길을 끈 제품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 스피커 ‘프렌즈’.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브라운의 귀여운 외모 때문이다.

브라운과의 첫 만남, 기계치인 나는 시작인 핸드폰과 스피커를 연결하는 일조차 긴장됐다. 핸드폰으로 네이버 로그인을 하고,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켜는 간단한 절차 끝에 연결에 성공했다. 외양은 분명 브라운이지만 호출키워드에 브라운이 없어 결국 ‘클로바’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 닉네임은 ‘미녀’로 정했다.

에디터에게는 네이버 정기이용권이 없다. 지니뮤직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래는 미리 듣기로 1분밖에 못 듣는 건가.’ 잠시 좌절했지만 다행히 지니도 연동이 가능해 클로바앱에서 지니 재로그인을 했다. 이 와중에 지니 비밀번호 까먹어서 핸드폰 인증한 건 안 비밀!


클로바는 신기해!

클로바에게 첫 번째로 주문한 곡은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딘의 인스타그램. 떨리는 마음으로 “클로바, 딘의 인스타그램 틀어줘”라고 말했고 놀랍게도 클로바는 노래를 제대로 틀었다. 이때는 브라운의 깜찍한 외관에 속은 나머지 클로바가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 내 말을 알아듣는 클로바가 신기하기만 했다. 오오오!
출처= 딘 인스타그램
클로바 옆에 쪼그려 앉아 자이언티, 서사무엘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말하기를 한참, 이번엔 조금 광범위한 노래 선정 퀘스트를 던졌다. “클로바, 잔잔한 재즈 틀어줘.”

클로바의 선곡은 DUKE JORDAN TRIO(듀크 조단 트리오)의 TWO LOVES. 이 곡을 듣다 갑자기 재즈피아노 시인 ‘에디 히긴스’의 곡이 듣고 싶어져서 한창 열창 중인 클로바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클로바, 에디 히긴스 뷰티풀 러브 틀어줘.”

‘외국어인데 알아들으려나.’ 걱정도 잠시 클로바는 완벽하게 퀘스트를 수행했다. Beautiful Love의 재생이 끝난 뒤에도 에디 히긴스의 다른 곡들이 흘러나왔다.


근데, 클로바는 좀 답답해
그러다 다시 최애곡이 듣고 싶어져 “클로바, 딘의 인스타그램 틀어줘”라고 했는데 클로바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음, 제가 이해하지 못했어요.” 왜 이러지 싶어 클로바앱에 들어가 기록을 봤더니 “김희애 인스타그램 틀어줘”라고 돼있는 것 아닌가.
이후로도 노래를 꺼달라고 했을 때 몇 번이고 못 알아들었다. 이때부터 깨달았다. 아나운서처럼 또박또박하게 말해야 클로바가 알아듣는 다는 것을, 그리고 클로바는 똥멍청이라는 것을...☆


클로바는 내 개인비서
노래 트는 것도 점차 재미없어지자 다른 요구를 해보기로 했다. “클로바, 82년생 김지영 메모해줘”라고 했더니 클로바앱 하단 ‘마이’ 탭에 바로 추가됐다. (여기에는 리마인더, 메모, 알람, 타이머 등 일상생활을 간단하게 관리해주는 기능이 들어있다.)
다시 도전. “클로바, 내일 아침 6시 50분에 출근하라고 알려줘”라고 했더니 리마인더 란에 메모가 완성됐다. “클로바, 리마인더 지워줘”라고 했더니 삭제도 됐다. 물론 말로 안하고 앱에서 직접 삭제할 수 있다.

내일을 위해 리마인더를 다시 설정했다. “클로바, 내일 아침 7시에 출근하라고 알려줘.” 리마인더를 확인해보려고 “리마인드 있어?”라고 물으니 내용을 알려줬다.

클로바의 똑똑이 레이더가 최고로 발동하는 때는 브리핑 타임. 아침에 “클로바, 브리핑해줘”라고 말하자 1월 10일 자 이슈를 쭉 읊었다. 잠결에 들어 제대로 기억나진 않지만 화장품 테스터에서 세균이 엄청나게 나왔다고 했다. 헐.


클로바는 정직해!
단순하게 반복적인 대화만 하길 수차례, 다른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졌다. “클로바, 웹툰 추천해줘.” 하지만 “네이버 웹툰에 재밌는 웹툰이 많이 있답니다”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다음으로 클로바의 영양상태가 걱정돼 “클로바, 지금 배떠리 몇 퍼센트야?”라고 물었다. 배터리라고 안 하고 ‘빼떠리’라고 발음해서 못 알아들을 것 같았는데 클로바는 “남은 배터리양 62퍼센트입니다”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한번 충전하면 4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클로바가 ‘빼떠리’를 알아듣자 왠지 나와 클로바가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다른 질문도 해봤다. “클로바, 나 예뻐? >.ㅇ”
클로바는 정말 정직하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클로바 오져따리 오져따!


클로바의 처세술
사적인 대화도 가능할까 싶어 “클로바, 연애 상담해줘”라고 물었다. “언제든 말씀하세요”란다. 음, 이런 것도 대답할 수 있을까. “클로바, 남자친구가 못생겼어”라고 했더니 “예쁜 사랑하시길 바랄게요”라며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클로바, 이 똑똑한 놈...!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아 대화 주제를 바꿔봤다. “클로바, 클로바는 뭐 좋아해?” 클로바가 답했다. “당신과 대화하는 게 좋아요.” 인공지능 주제에(?) 제법 로맨틱하다.


클로바의 알람, 리마인더
평소 기상시간은 아침 6시 40분이지만 이날은 6시 30분에 깨고 말았다. 혹시 클로바가 오작동해 온 가족을 깨울까 하는 우려에서다. 사실 좀 불안해서 전날 밤 핸드폰 알람도 켜 놨다.

이후 뜬눈으로 10분간 졸음과 사투를 벌였다. 잠깐 졸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6시 33분, 다시 눈 붙였다 눈뜨니 6시 37분이었다. 마지막 3분은 잠들지 않으려 발버둥 친 덕분에 정확히 6시 40분에 울리는 브라운의 알람을 들을 수 있었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클로바
그로부터 20분 뒤, 어제 메모해둔 리마인더도 어김없이 울렸다. 내용은 아침 7시 출근하기. 잠시 알람과 리마인더를 끄느라 애먹었지만 클로바 덕분에(?) 무사히 출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널 못 믿은 날 용서해 클로바!


**덧
- “클로바!”’라고 부른 다음 명령해야 한다
- 클로바에게 말할 땐 최대한 정확하게 발음해야 한다
- 네이버뮤직 외에 지니뮤직으로도 음악 감상 할 수 이따!
- 스피커 사운드가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음
- 클로바의 본업은 아직까지 스피커인 듯
-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면 알람, 타이머가 안 꺼짐. 대환장파티 주의


이유진 에디터 yoojin_lee@donga.com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