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퇴근하고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친구는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치맥 생각으로 들뜬 사람들과 달리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포켓몬으로 치면 뮤츠에 가까운 얼굴이었다. (뮤츠는 1세대 최종 보스로, 전설의 포켓몬이다.) 몇 달째 상사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는 뮤츠는 밥 먹는 내내 슬픈 이야기를 이어갔다.

    뮤츠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듣던 중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친구를 위해 경청할 것인가 아니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그녀의 입을 막을 것인가. 잠깐의 고민 끝에 평화로운 마무리를 위해 전자를 택했다.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지만 일단 오늘은 후퇴다! 오늘 고민이 이것뿐이었으랴. 이거 말고도 한 고민과 선택이 오조오억 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과 선택은 뒷전일 때가 많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는 스킵 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기적이어도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덜 프로페셔널 해도 친절한 사람'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지는 알아도 내가 주고 싶은 사랑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 있다. 오늘 저녁은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보는 것 어떨까? 딱 한 시간 정도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