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주변에도 워낙 잘 알려진 영화덕후인 까닭에 영화관 매점메뉴 정도는 꿰고 있을 거라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영화관 가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덕후인 것도 맞지만 영화관 간식은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일단 가성비가 심각하게 떨어지고, 다이어트엔 영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매년 영화관 3사의 VIP로 등극하다보니 매점쿠폰도 참 많은데 쓸 일이 잘 없다. 더군다나 매점쿠폰은 대다수가 콤보 쿠폰인데, 나처럼 혼자 영화관에 즐겨 가는 사람들에게 콤보는 양이 너무 많다. 아무리 그래도 영화관 티켓값이 2D영화 기준 프라임타임이 12000원가량인데 콤보는 15000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수준 아닌가.

    각종 영화관의 매점메뉴들. 사진출처 한겨레

    팝콘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일단 영화관 팝콘은 대부분이 먹다보면 질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메뉴는 위 사진에 보이는 각종 핫도그들인데 갈릭 칩이 올라간 경우 어두울 때 먹다보면 흘리기가 쉽다는 게 단점이긴 하다. 영화관 매점은 제발 1인 콤보좀 개발했으면 좋겠고 쿠폰도 콤보 몇천원 할인 말고 매점에서 아무 메뉴나 몇천원 할인이었으면 좋겠다. 음료수는 양 줄은 소(小)자도 좀 팔고.. 언제나 반 넘게 남긴다.

    영화관 매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영화관과 식도락을 이야기하다보면 매점이 생각날 수밖에 없어 꺼냈던 이야기다. 오늘은 식도락에 관한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갑자기 웬 음식사진이 주르륵.. 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영화속 한 장면들이 맞다. 사진 출처는 네이버 영화라고 쓰여있다. 혹시 이것만을 보시고 어떤 영화인지 맞추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덕후의 최고봉으로 인정해드립니다. 영화 <더 쉐프>에 등장하는 음식들이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음식에 관한 영화는 생각보다 많다. 음식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민규동 감독의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인데, 혼자 본 영화가 아니라서 오늘은 패스. 이외에도 <사랑의 레시피> 등도 좋은 음식영화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지 못해서 역시 패스. 혼자 본 푸드영화 중 가장 먼저 기억나는 영화는 <더 셰프>다.

    최근들어 브래들리 쿠퍼가 스크린에서 망나니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는 건 내 착각인지.. 최근 개봉한 <스타 이즈 본>에서도 망나니짓을 서슴지 않았고, <더 셰프>에서도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푸드영화인 만큼, 그리고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 음식이 주가 되는 만큼 음식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것은 당연지사(개인적으로는 보기에는 예쁠지 몰라도 달팽이에 거위 간까지 먹으면서 미식 소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수많은 아름다운 음식이 스크린을 수놓아 보는 내내 영화 끝나고 고급진 레스토랑이라도 예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음식은 아담(브래들리 쿠퍼 분)이 스위니(시에나 밀러 분)의 딸을 위해 만들었던 케이크다. 아쉽게도 네이버 영화에서 케이크 사진을 제공해 주지 않아 사진은 보여드릴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화면으로 꼭 확인하시길 바란다.

    왜 하고 많은 음식 중에 케이크가 기억에 남았던 것인가 물으신다면.. <서양 골동 양과자점: 앤티크>를 좋아한다는 데서 들킨 것인가요..는 농담이다. 무섭고 차갑던 아담은 식당 주인 토니(다니엘 브륄)가 갑자기 케이크를 만들라는(뭐 그 가게는 식당이지 케이크 가게가 아니니까..) 명령에 반발한다. 하지만 케이크의 주인공이 스위니의 딸이고, 생일인데 맡아줄 곳이 없어 토니가 식당에서 데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아담은 예쁜 케이크를 만들어 직접 스위니의 딸에게 갖다준다. 이런 아름다운 스토리를 품고 있는 케이크기에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사진에서 짐작하셨겠지만 또 하나 생각나는 최근의 음식영화는 <리틀 포레스트>다. 아쉽게도 원작은 보지 못했는데 한국판은 김태리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꼭 보고 싶었다. 영화에서는 시골집에서 이런 음식들이 다 가능해..? 싶을 만큼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는데, 가쓰오부시가 나오는 순간 이건 너무 갔군.. 싶긴 했지만 음식과 청춘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다.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음식들은 여러가지가 있고 기억에 남는 음식도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혜원(김태리 분)이 화난 은숙(진기주 분)에게 근무시간 갖다준 크렘뷜레다. 대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고등학교 때 은사님과 성신여대 근처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맛집이라며 데려가 주셨는데 디저트를 고르라고 하셔서 뭔지는 모르지만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에 주문했던 디저트가 크렘뷜레였다. 그 때 처음 먹어본 디저트였는데 달콤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세상 처음 먹어보는 물건이었다(같이 간 친구와 선생님도 처음 먹어보는 거였다고 했던듯.. 당시 한국에서 흔한 디저트가 아니었다). 이후로 기회가 되면 크렘뷜레를 여기저기서 먹곤 했는데.. 그 음식점이 어디냐면 이미 상호명만 놔두고 요식의 종류를 바꾼지 오래요 그마저도 가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은 있기나 한지 저도 궁금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정땡땡 선생님 그 때 그 식당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요)

    영화를 보다보면 이처럼 과거의 추억이 함께 떠오르며 영화에 대한 감상이 풍부해질 때가 있다. 크렘뷜레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젠장맞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 가급적 음식에 관해서는 좋은 추억만 남깁시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혹시 이 사진도 사진만 보고 제목을 맞출 수 있을런지.. 그렇다, 정답은 바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음식에 관한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는 주기적으로 음식이 등장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대부분의 음식이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분)가 만든 음식들이다. 영화 초반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분)가 우연히 조제네서 아침을 먹게 되었을 때 츠네오는 계란말이가 너무 맛있어 놀란다. 그리고 맛있다고 하자 조제는 당연하지, 내가 만든 거니까. 라고 담백하게 대답한다. 집 밖으로 나가기가 힘든 조제에게 몇 안되는 취미 중 하나인 요리는 조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간단한 집반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요리가 꽤 까다롭고, 하지만 먹어보면 맛있는 음식들. 조제는 보기에는 평범한 소녀지만 다리를 쓸 수 없고 집안에만 갇혀자란 탓에 성격도 묘하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가는 시점에 조제가 전동기를 타고 스스로 길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조제의 요리도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고로.. 일본식 계란말이는 보통 미림이나 설탕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 맛이 나서 한국 사람에겐 어색할 수도 있다.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식 계란말이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는데 안에 치즈를 넣는 걸 보고 환장을 했었다(내 레시피긴 하지만).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단순히 미학적인 측면에서 표현되기도 하지만, 영화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거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또 <더 셰프>처럼 음식영화처럼 보이지만 어떤 요리사의 성장과정을 이면에 숨겨놓기도 하고, <리틀 포레스트>처럼 현시대 청춘의 아픔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관객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처럼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주인공의 모습을 빗대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오늘은 음식영화 한 편을 좋아하는 간식과 함께 보는 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