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지금까지 혼자 영화보기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장르별로 나누어 칼럼을 연재해왔다. 사실 혼자 영화보기에 관한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은 표면적일 뿐 사실 나는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것은 얼마든지 혼자 해도 좋은 활동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누군가와 감상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런 영화를 널리널리 알려 세상을 이롭게 해야하지 않나 하는 시네필로서의 막연한 의무감도 있다. 영화덕후로서 꽤 오래 지낸 1인으로서 정말 좋은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흥행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작품이 한둘이 아니다.

    사진출처 patch.com

    1인가구가 늘었고, 혼자 하는 활동들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고 이제 영화관을 누군가가 홀로 찾는 것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세상이 됐다. 필자도 혼자서 하루에 영화를 여러 편 보기도 하지만 아무렇지 않다. 여러 번 말했듯 다른 사람들과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보고 싶은 영화를 전부 약속을 잡아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보지 못하고 놓치는 영화가 너무나도 많고, 실상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보고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볼 의향은 있지만 상영관이 너무 멀거나 상영 시간이 여의치 않은 경우 누군가를 꼬이기가 미안해진다. 여차저차 혼자서라도 보지 뭐~ 하고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취미가 되었다가 덕질(!)로 발전했을 뿐이다.

    집에서 혼자 봐도 되잖아?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노트북이나 TV로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내 방에서, 먹고싶은 음식을 흘려가며 다리를 쭉 뻗고 화면을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하지만 역시 영화란 영화관에서 봤을 때 가장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는 활동이고 큰 스크린에 눈이 익숙해지면 작은 모니터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게 된다. 특히 최근 극장들에서는 4D나 스크린X와 같이 다양한 상영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혹자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2D로 마주하는 것만이 진정한 영화라 주장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비티>를 2D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 아이맥스, 3D, 4D 등의 포맷으로 보는 것은 다른 종류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영화에 따라서는 굳이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싶은 것도 있지만 특별상영관을 체험할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꼭 이용해보라고 하고 싶다.

    사진출처 www.sbs.com.au - Why you should go to the movies alone

    필자 주변에는 아직도 혼자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를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두려워할 만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칼럼들에서 필자가 누누이 이야기해 왔듯 스크린을 독대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해볼만한 일이다. 신비로운 경험이라거나 소름이 돋는다거나 하는 일은 보통 벌어지지 않는다(영화에 따라서는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내내 스크린에 집중하다가 관람 이후까지 이어지는 여운을 그날 밤 잠들기 전까지 달콤하게, 온전히 내 것으로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홀로 영화를 관람했을 때만 가능하다. 특히 직장인으로서 퇴근 후 좋아하는 간식과 커피 한 잔을 들고 좋은 영화를 한 편 보고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영화의 기운에 취해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리다가 행복하게 잠드는 일은 피곤한 하루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 되곤 한다.

    <검은 사제들>이 개봉했을 때 남친/남편과 봐서는 안될 영화로 악명(?)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한 선배가 우연히 이 영화를 혼자 봤다고 했다. 그러더니 남편이랑 봤으면 큰일날 뻔했어! 하며 강동원이 너무 잘생겼다고 키득거렸다. 영화를 혼자 본 건 처음이었다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모양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들을 혼자 본 이들이 경험담을 말해주곤 했는데 역시 영화는 누구랑 같이 봐야 하나봐.. 라고 말하는 이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사진출처 english.cj.net

    지금까지도 숱한 영화들을 홀로 보아왔고 매 칼럼에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기에 더 이상 혼자 영화보는 일의 장점을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혼자 영화보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은 '혼자 무언가를 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라는 이유를 댄다. 희한한 집단주의가 발달한 대한민국의 특성상 무리에서 튀는 이들을 의아한 시선으로 보는 일이 잦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보는 이들은 그날 5초쯤(혹은 조금 더 길게?) 보고 말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쟤 혼자 영화보러 왔나봐! 하고 쳐다본들 어떤가. 무시하고 갈길 가면 된다. 누가 사진찍어서 '영화관에 누가 <캐리비안의 해적> 혼자보러옴ㅋ'하고 올려서 전국민적인 망신거리로 만드는 일은 그대의 꿈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 혹여 발생한다면 초상권 침해로 신고하고 돈 벌면 된다(참고로 비웃는 댓글이 달릴 경우 2차가해로 그 또한 신고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혼자 영화보기에 관한 글은 볼 수 없나요 흑 하고 슬퍼하는 당신.. 다음주부터는 이제껏 혼자 잘만 보아왔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까 한다. 위에서 말했듯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재발견되면 참 좋을 텐데, 했던 영화들이 정말 많다. 물론 혼자 보고 내가 왜 이딴 영화에 나의 시간과 돈을 낭비했단 말인가.. 했던 영화도 부지기수로 많고 둘 혹은 여럿이서 보고서 너무 좋아서 집에 가기 직전까지 영화 이야기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주부터는 혼자 관람하고 혼자 그 여운을 만끽했던 영화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