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집 근처의 파전이 떠올랐다. 더위가 가신 자리를 쌀쌀한 공기가 채운 요즘 날씨. 급격한 온도차를 감쌀 파전의 연기가 고팠나 보다.


    ‘파전하면 막걸리’. 거스를 수 없는 공식이라는데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에 새로 발견한 조합도 의외로 괜찮다. ‘파전에 청하’다. 기름을 먹은 파전의 느끼함을 청하의 깔끔함이 쓸어내리는 기깔난 조화에 빠졌다.



    포장마차에 들러 해물파전 한 장을 포장하고, 편의점에 들려 청하 한 병도 봉지에 담았다. 집에 도착해 파전을 베어 물고 연이어 청하를 들이키니 불현듯 청하와 관련된 추억이 떠올랐다.


    나의 친구 A모 씨는 청하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청하의 뚜껑을 좋아한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다 마신 청하의 뚜껑을 모아 한 줄로 걸어놓는 걸 좋아한다.


    친한 친구 몇 명이 조개찜을 안주 삼아 청하를 마시던 그날도 여전했다. 한 명당 생산해야 할 청하의 뚜껑은 2개. 5명이 모인 자리에서 총 10개의 청하 뚜껑을 일렬로 세우면 그제야 집에 갈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 친구의 명령 때문인지 우리는 13도의 낮지 않은 도수의 청하를 부단히도 마셔댔다. 술잔을 채우고, 잔을 맞대고, 입에 털어내고. 5분에 한번씩은 돌아오는 이 순환을 몇 번쯤 겪어냈을까. 우리는 드디어 미션을 완수했고, A모씨는 흐뭇한 웃음과 함께 컴백홈을 허락했다.


    파전과 청하와 함께 터벅걸음으로 집에 도착한 날. 조금은 외로울 뻔했던 혼술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으로 꽉 찼다. 추억을 안주 삼아 마시는 혼술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