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저는 벌레 하면 기함을 하는 사람 중 하납니다.

    물론 모든 벌레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순위가 있어요.

    그 중 보기만 해도 질색팔색하는 탑 쓰리를 꼽자면 첫 번째가 바퀴벌레, 두 번째가 매미, 세 번째가 곱등이.

    천진난만했던 옛날에는 바퀴벌레도 턱턱 잡고 매미도 손으로 잡고 놀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못 건드리겠더라구요.

    다행히 언젠가부터는 벌레들을 가까이서 볼 일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는 말이죠.


    평소 땀이 잘 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몇 분만에 옷이 젖는 기적을 체험하던 저녁.

    해야 할 일이 남아 노트북을 들고 근처 카페로 가서 새벽까지 작업을 한 후 귀가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돌아다니던 카페에서 나오니 미지근한 바람이 훅 불어오더군요.

    매미 우는 소리만 좀 들릴 뿐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묵직한 바람에 긴 스커트 자락이 휘날려 주섬주섬 치마를 붙들고 집에 도착.

    집은 여전히 덥네요. 잠깐만 에어컨을 좀 틀어볼까.

    일단 급한대로 방에 있던 선풍기를 틀고 바람을 쐬며 치마를 벗어서 개었는데……

    ? 뭔가 딱딱한 게 잡히는 거예요.

    치마에 주머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건 뭐지?

    그 짧은 순간, 손에 잡힌 그 딱딱한 것이 부르르 떨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매애애애애애애애애애……”

    으갸갸아아아아아아아악!!!!!”


    매미잖아!!

    순간 온몸에 소름이 확 돋았고 머리가 새하얘졌습니다.

    집주인의 격렬한 동요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미는 방 안을 자유자재로 쏘다니기 시작합니다.

    혼비백산해서 치마를 내동댕이치고 일단 문을 쾅 닫고 방을 나갔습니다.

    뭐야, 왜 치마에 저게 붙어가지고 온 거야. 언제 붙은 거지?

    살충제를 뿌리면 죽긴 하는 건가? 쟤를 어떻게 쫓아내지?


    몇 초만에 수백가지의 생각이 교차했고, 살포시 문을 열어보니…… 매미가 없어요.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공포심이 극에 달했습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거니까요.

    손에 영 상태가 부실한 파리채 하나를 들고 슬금슬금 방을 탐색하던 그 때.

    문 뒤에 숨어있던 매미가 또 다시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매애애애애애애!”

    엄마*()_사람ㅏ:ㄴㅇㄹ살 이 쉑ㅒㅏㄸ(@)($)_#@!!!!!!!!)_”


    입에서 또 다시 국적 불명의 괴성이 튀어나왔고 또 다시 의도치 않은 탭댄스를 추던 중, 선풍기에 걸려 자빠지는 몸개그까지 선보였습니다.

    바닥에 주저 앉아 느긋하게 창문에 자리를 잡는 매미를 보니 부아가 치밀더군요.

    내가 왜 오밤중에 쟤랑 공성전을 펼쳐야 하는 거야!!

    일단 죽일 용기는 없어서 살며시 다가가 창문을 살짝 열고 알아서 나가주길 기다렸습니다.

    근데 창가에 붙어서 나갈 생각을 안 해요.


    소심하게 걸레대로 창문을 툭툭 치며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눈치가 없는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꼼짝도 안 합니다.

    결국 포기하고 언젠간 나가겠지, 라며 방치한지 한참 후.

    창가 쪽을 살펴보니 매미가 안 보입니다. 드디어 나갔구나!

    편안해진 마음으로 창문을 닫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몸을 뒤척이고 있는데 머리맡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밖에서가 아니라 방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서, 설마......


    매애애애애앰매애애애애앰~”

    그아아아아아아악!!!!!!!!! 뭐야!!!!!!!!!!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고, 벌떡 일어나 빛의 속도로 창문을 열었습니다.

    역시나 매미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주거침입인데……

    덕분에 아침 댓바람부터, 매미와 긴장감이라곤 1도 없는 공성전을 벌이게 됐죠.

    손에 쥔 걸레대로 창문을 툭툭 쳐가며, 제발 니 발 아니 니 날개로 좀 나가라고.


    그렇게 한참 대치한 끝에 매미는 지겨웠는지 천천히 바깥 쪽으로 날아올랐고, 덕분에 계속 타이밍을 보던 저는 재빠르게 창문을 닫는 데에 성공.

    매미는 미련이 남은 듯 한참 창문 앞을 맴돌더니, 포기하고 저 멀리 날아가더군요.

    매미가 훨훨 날아가는 걸 보자마자 맥이 탁 풀려 침대에 드러누웠습니다.

    쫓아내는 데에 성공하긴 했는데 뭐지, 이 진 것 같은 기분은.

    이렇게 반갑지 않은 손님과 함께 밤을 지새운 덕인지, 이 날은 유독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가능하면 다시는 집 안에서 만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