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중학교 어느 더운 여름 날, 캠프파이어에 참여했을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날 밤에 모닥불을 켜놓고 신나는 댄스음악을 틀더니 다 같이 그 주변에서 신명나게 춤판을 벌이기 시작했어요.

    다만 저와 제 친구는 춤과는 담을 쌓은 종족이었던 터라, 그 흥겨운 모습을 계단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쿵쿵 울리는 노랫소리가 꽤 즐거워 발을 까딱거리며 리듬을 맞추고 있었는데 그걸 본 다른 친구 몇 명이 눈을 빛내더니 갑자기 제 팔을 잡고 모닥불 근처로 데려가더군요.

    그러더니 여럿이서 원을 만들어 절 가운데 두고 신나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벤치에 방치된 친구에게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친구도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였습니다.

    가마니처럼 가만히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하며 당혹스러워하든 말든, 머리 끝까지 흥을 충전한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은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고 있었죠.

    그 와중에 '춤 추면 보내주지!' 라는 짓궂은 제안이 나왔고 저는 '난 춤을 못 춘다' 를 최대한 어필하려 했지만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제 목소리를 덮어버렸습니다.

    계속 가만히 있는 것도 빼는 것 같아서 좀 그렇고, 그렇다고 뭔가 춰보려니 몸이 안 따라주고.

    ......어떻게 해야 하지?


    잠시 고민한 끝에 저는 리듬에 몸을 맡기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막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춤이라고 하기도 뭐했어요. 그냥 머리와 팔과 다리를 죄다 흔들어제낀 게 다였거든요.

    더 하다가는 관절 한 두개는 나가겠다 싶을 정도의 기세로.

    한참을 그렇게 몸부림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해대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 주변을 보니,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이 벙찐 얼굴로 보고 있더군요.

    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마찬가지로 벙찐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달려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이게 꽤 강렬했는지 당시 담임 선생님이 전학 때문에 어머니와 면담을 했을 적, 이런 말을 남기셨다고......

    이 때의 캠프파이어 막춤 사건 이후로, 춤 하면 거부반응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노래 듣는 게 취미라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어깨를 들썩들썩, 발을 까딱까딱, 손가락을 톡톡 흔들며 리듬을 타기는 하지만 몸 전체를 움직이는 게 안 되더라구요.

    운동을 좋아해 여러가지 운동을 경험해봤음에도 불구하고 고전무용이 아닌 을 배우는 건 염두에도 두지도 않았던 게 바로 이 때문이에요.

    첫 번째는 몸부림치는 내 모습을 보기 싫어서, 두 번째는 그 때 벙찐 얼굴로 보던 친구들의 얼굴이 잔상에 남아 있어서.

    그러던 어느 날, 모 동영상 사이트에서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충동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확실히 춤 추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배워볼까?

    더 나이가 들면 시도조차 못해볼 것 같다는 생각에 다소 갑작스레 춤을 배워보기로 한 거죠.

    그게 작년 겨울의 일이었습니다.

    첫달은 괴로움의 연속이었어요.

    전면 거울 앞에서 예상대로 처량한 몸부림 잔치를 벌였고,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도 않았거든요.

    속된 말로 죽을 맛이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이 매우 긍정적인 분이라, 수업이 끝날 때마다 좌절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제게 응원의 메시지를 꼭 한 마디씩 해주셨습니다.

    저번보다 미미하게(?) 좋아졌다, 춤선이 예뻐졌다, 너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잘 따라하고 있다.

    더불어 이쪽으로 진출할 게 아니지 않느냐, 가볍게 즐기면서 해라. 틀려도 된다!’까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실제로는 몸부림 수준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했음에도 이런 플러스기운을 담은 말과 열정적인 가르침에 힘입어 수업에 조금씩 적응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6개월 남짓한 시간이 지났고,신기하게도 지금은 어춤 동작을 따라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습니다.

    , 여기서 어춤이라는 수식어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여전히 잘 추진 못 하거든요.

    아무튼 포인트는 몸을 움직이는 데에 스스럼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지금은 춤추는 걸 제법 즐기고 있어요.

    이게 굉장한 변화인 게, 항상 싫어하는 것을 대봐라라고 하면 꼭 그 안에 춤 추는 것이 들어갈 정도로 저와 춤은 상극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싫어했던 게, 아니지 싫어한다고 굳게 믿어왔던 게 지금은 일상 속에서 기분전환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 때 이후로,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 번 시도해볼만한 것들은 해보기도 해요.

    춤도 본격적으로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레 겁을 먹고 못 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재미있었듯,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배웠기 때문.

    과연 오랜 시간 싫다고 믿어왔던 것이, 정말 나와 상극이었을까?

    ……라며 제 자신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 겁니다.

    스스로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발견할 게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내적으로 열심히 탐색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어떤 의외의 취미를 발견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