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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아니고 독(獨)행]

    7월의 피크닉도 좋아요


    황금 같은 주말. 나가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 주말. 그런데 귀중한 시간을 내어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다. 혼자 놀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있다.



    궂은비가 내리던 주말에 피크닉'을' 갔다. 대차게 비가 내리는 날에 피크닉이라니? 대범함에 놀랐다면 미안한데, 사실 정확히는 피크닉(Piknic)'에' 갔다.


    헤비 인스타그래머(Heavy Instagramer)라면 한번쯤 피드에서 봤을 피크닉(Piknic)은 2018년 5월에 오픈했다. 오픈한 지 갓 두달이 지났지만 벌써부터 평일과 주말을 구분할 것 없이 사람으로 붐빈다. 구식 건물의 외벽이 가진 레트로 감성은 고스란히 보존하고, 낡은 내부의 진부함은 트렌디한 모습으로 탈바꿈 시킨 덕이다. 인스타그래머가 환영할 감성을 물씬 풍기는 이곳은 일명 인스타소문(입소문의 인스타 버전)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서울 핫플레이스계의 신참이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공간이라 하니 덜컥 겁부터 내는 혼행족이 있을텐데 그럴 거 없다. 물론 연인, 친구, 가족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만 혼행을 즐기는 나 같은 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놀이터다. 독립 브랜드의 잔재미 넘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샵부터 커피와 와인 한 잔을 즐기는 카페, 마지막으로 전시 공간까지 합쳐져 하루 온종일 풍성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이라 그런지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방문하는 동지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키오스크 키오스크 (Kiosk Kiosk)


    머니머니해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쇼핑 스팟, 키오스크 키오스크다. 잰걸음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컬러가 곁눈을 확 잡아챈다.


    매대 혹은 매점을 뜻하는 키오스크(Kiosk)가 모인 이곳에서는 총 4개의 매대를 만날 수 있다. 그린 키오스크(Green Kiosk), 펜슬 키오스크(Pencil Kiosk), 우먼 키오스크(Woman Kiosk), 매거진 키오스크(Magazine Kiosk)까지, 국내외에서 쉽사리 보기 힘든 독립 브랜드에서 제작한 아기자기한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세로가 길지 않되 가로가 넓은 디자인의 에코백, 세잎클로버 틈에서 보호색 마냥 제 모습을 숨긴 네잎클로버를 찾는 재미를 가진 아트페이퍼, 독특한 문양이 놓여진 파우치, 비닐 껍데기로 씌워진 노트, 각의 아름다움을 살린 형광색 키링, 원목의 거친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화장품 정리함 등. 샵에서 목격한 재미난 아이템들을 지구 끝까지 나열하고 싶은데 다른 공간을 소개하지 못할까봐 여기서 참는다. 그만큼 사고 싶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닌 이곳에서만 한시간은 거뜬히 보낼 수 있다.



    카페 피크닉 (Kafe Piknic)


    쇼핑으로 얻은 달달한 기쁨은 카페 피크닉으로 이어진다. 오후 6시 이전에는 커피와 치즈 케익 한입으로, 오후 6시 이후에는 화이트 와인과 타파스로 달콤함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달콤한 건 공간 그 자체다.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인테리어 조합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고, 카페만의 공간 이용 가이드는 독특하다.


    카페에 들어서면 50미터는 되어 보이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 화려한 샹들리에의 조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긴 원목 테이블의 심플함과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큰 샹들리에의 화려함이 서로의 독특함을 상쇄해 나름 중도(中道)의 미를 안긴다.



    두 번째로 눈에 담기는 광경은 1열 횡대로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통유리 앵글에 담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카페 피크닉은 창을 마주볼 수 있는 사이드에만 앉으라고 안내한다. 1열 횡대로 늘어선 그 모습이 군대를 연상시키며 당혹감을 안기긴 하지만 카페 피크닉의 의도대로 창을 마주보고 앉으니 창문 너머의 초록 정원과 비 오는 날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운치에 빠져든다. 그저 그런 카페가 되기는 싫었던 카페 피크닉의 의도는 성공적이다.




    전시 - 류이치 사카모토, LIFE LIFE


    GLINT라는 전시기획사에서 redesign한 공간인 만큼 전시는 피크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1층에서 전시 티켓(성인 기준 15,000원)을 구매하면 2층이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안내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깜깜한 암흑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는 영상이 보인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음악가로 흔히 알려졌지만 전위예술가로서의 삶도, 사회운동가로서의 삶도 살아 온 류이치 사카모토. 오픈부터 지금도, 그리고 단언할 수 없는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 류이치 사카모토가 힘을 쏟았던 음악과 작품이 전시된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로 유명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국내에서는 단 한번도 면밀히 조명된 적이 없다는 아쉬움. 이 아쉬움이 류이치 사카모토를 국내로 초청했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이하며 음악가로서 긴 세월을 보낸 그의 작품과 그 작품에 담겨 있는 묵직한 의미, 그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가득 채운다. 자세한 전시 내용은 미리 듣지 마시고, 가서 보시길 청한다.


    다만 주의할 점, 이 전시에서 디지털은 철저히 거부된다. 음과 음 사이의 긴장감 또한 음악이라 생각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이기에 감상을 방해할 수 있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금지다. 엘리베이터는 물론 에스컬레이터도 기대하지 마시길 바란다. 지하부터 루프탑까지 이어지는 전시 동선에서 층과 층을 오르내릴 수 있는 수단은 계단 뿐이다. 불편하겠지만 마지막 코스인 루프탑에서 듣는 음악이 예술이니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이동 방법도 견딜 만하다.



    소개는 여기까지. 월요일에 휴무란 건 꼭 잊지 마시고, 공간마다 오픈 시간이 다르다는 것도 꼭 체크해주시기를 바라며, 이미 봄은 지났고 꽃은 졌지만 사계절 내내 피크닉을 즐기고 싶다면 피크닉에 가시기를 추천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yuichi_Sakamoto_sid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