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독립한다는 건, 아는 게 많아진다는 것

    부제: 세탁은 괴로워



    “언니, 팔에 이거 뭐지? 초콜렛이 묻은건가?”

    “응? 뭔데?”



    같이 저녁을 먹던 하우스메이트가 물어왔다. 고개를 돌려 팔을 보니 아이보리 색이 감도는 블라우스에 선명한 초콜릿 색깔의 점이 묻어났다.



    “초콜렛인가? 괜찮아. 나중에 빨지 뭐.”



    괜찮다고 한 건 난데, 팔에 묻은 그 점에 하루종일 시선이 갔다. 결국 집에 돌아와 어떻게든 제거해보려 부단한 노력을 쏟기로 했다.






    먼저 비누 세탁부터 시작했다. 세면대에 블라우스의 한쪽 팔만 올려놓고 비누로 살살 문지른 후 세척하기를 반복했는데 초콜렛 색 점만 제외하고 깨끗해진 느낌랄까. 그 다음엔 세제를 왕창 넣고 ‘찌든때 빼기' 모드로 세탁기에 돌렸다. 2시간 가량의 세탁에도 여전히 초콜렛 색 점은 선명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락스가 떠올랐다. 하지만 락스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아이보리색 블라우스가 새하얀 블라우스로 탈바꿈할까봐.





    포기하려던 참에 갑자기 블라우스 옷깃을 점점 장악해가는 자국이 보였다. 자국을 보자마자 내 머리를 스치고 가는 단어, BB크림! 설마 이 초콜렛 색깔 점도 BB크림이 튀어서 묻은 건 아닐까? 설마, 설마. 중얼거리며 클렌징 오일과 폼클렌징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서서히 그 점이 초콜릿 색에서 황토색, 겨자색으로 옅어졌고 마침내 아이보리 색으로 변했다. 유레카!



    독립을 했다는 건, 내 일을 나 외에는 처리할 사람이 없다는 건, 아는 게 많아지는 과정이다. 만만한 게 일도 없는 세상이라지만 블라우스에 묻은 점 하나 없애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을까. 그나마 버틸만한 건 아는게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내 일을 하나둘씩 처리하는 게 쉬워진다는 것.



    이 에세이를 쓰고 보니, 옷핀이 꽂힌 채로 옷을 벗다 찢어진 천이 보인다. 역시 혼자 살아가는 세상은 쉽지 않고 오늘도 아는 게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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