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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김없이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 이름 옆에는 '꽃향기 가득한 아로마와 레몬의 신맛 그리고 망고를 씹는 것 같은 부드럽고 묵직한 바디가 느껴집니다'란 자못 시적이고 환상적인 설명이 곁들어 있다. 커피 한 잔에서 꽃, 레몬, 망고를 이끌어낸 설명도 멋지지만 원두 안에 잠재된 색색의 맛과 향기의 다양함에 감탄이 났다. 언제부턴가 한 잔의 커피에서 한 잔의 음료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원두의 머나먼 고향부터 바리스타의 손길,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삶까지 조심스레 짐작해보는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든 이유도 일흔여섯 가지 종류의 커피와 한데 버무린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다. 커피가 주는 매혹적인 향내와 혀끝에 맴도는 맛을 타고 한 사람의 삶을 오르내리는 것, 참으로 낭만적인 인생의 메타포지 않은가.

    추출하면서 커피가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커피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에게 끝도 없이 원하기만 하는 그 염치없는 기도를, 커피는 뜨거운 물과 만나는 순간 욕심과 욕망은 털어내고 유약한 마음만 전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끝끝내 그 기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 이후부터 기도하지 못했으나 기도할 수 있는 순간까지 뒤를 돌아볼 줄 몰랐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 줄 몰랐다. 모르는 것은 죄다. 모르는 것이 죄였음을 알고도 알려고 하지 않았으니 시련은 또 오겠다. p222

    한 잔의 커피는 다양한 방을 내준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에겐 웃음꽃 피는 '사랑방', 혼자 앉은 사람에겐 아늑한 '다락방' 그리고 쓸쓸한 누군가에겐 ‘울기 좋은 방’을 내준다. 나도 가끔,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울기 좋은 방'을 열어젖힌다. 그리곤 슬픔의 잔뿌리까지 푹 적셔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홀짝인다. 혀끝에 맺히는 씁쓸함이 '인생이란 원래 쓴 법이야' 하면서 토닥여주는 듯 하다. 모두들 한번쯤, 이 방문을 두드릴 것이다. 어쩌면 가장 내밀하면서도 편안한, 그리고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방은 '울기 좋은 방'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