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연재게시판)


    초록잎에 나부끼는 여름바람을 느낄 때면, 땀내 섞인 텁텁한 바람이 아닌 수박내 나는 달달한 바람을 떠올리려 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한여름에 바람의 단내를 맡기란 쉽지 않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나는 코를 킁킁거렸다가 귀를 쫑긋 세웠다. 처음엔 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 나는 낯선 내용에 코끝이 간지러웠으나 이내 귀를 쫑긋 세우곤 책에 물씬 배어있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법정스님 말마따나 바람이란 그 바탕이 떠돌이라서 그런지 소리만으로도 함께 떠돌고 싶어진다. 책에는 인도의 후끈한 바람부터 티베트 고원의 선선한 바람까지 온갖 바람이 분다. 덩달아 떠돌고 싶어진다. 저자는 삶에 대한 답을 길 위에서 찾았다고 했다. 바람의 무늬로 새겨놓은 탓일까, 마음 속으로 연신 배낭을 꾸리며 저자의 여행에 동행하고픈 마음을 차곡차곡 개켜 놓았다.


    저자는 틈만나면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이라든가 '욜로(yolo)'때문이 아니라 진리와 깨달음, 인생의 의미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갖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투박한 길위, 여러번의 같은 여행 끝에 삶에 대한 답을 얻었다. 길 위에서 얻은 답은 여느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묵직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특히 이 책은 명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저자의 관심사를 닮아 히말라야 트레킹이라든가 인도에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반인이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든 여정이 모이고 모여 얻어낸 이야기인지라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애틋하게 다가온다.


    깃털같은 책이 주를 이루는 세상이다. '수필'은 어느 순간부터 쫄깃한 공감을 선사하는 너와 나의 일기장 혹은 죽어가는 감성의 속뜰을 적셔주는 단비같은 존재가 됐다. 이런 책도 참 좋다. 숨막히는 세상에서 작은 은빛날개 하나 달아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불면 날아갈 것처럼 휘청이는 영혼에겐 은빛날개의 가벼움이 아닌, 적당한 무게감이 필요하다. 지긋이 눌러주는 묵직함 속에 은빛날개에서는 누릴 수 없던 인생의 깊이라든가 생각이 깃드는 법이니 말이다. 삶에는 깃털같은 가벼움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양감이 있어야 한다. 책의 묵직함이 새삼 포근하다.